Scroll to top

[수적석천]

수요 연재의 차례가 돌아오면 제일 먼저 하는 건 저번 연재에 무슨 글을 썼는지 다시 읽어보고 새삼스레 놀라는 일입니다.
3주 밖에 흐르지 않았는데 저 때와 지금은 또 다른 국면입니다.
고인 물이 아니라는 점에서 일단 다행입니다.

두드러지게 달라진 점은 우리의 것을 되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는 점입니다.
한숨 돌리고 나니 자체 컨텐츠에 대한 열망도 불 지펴지고 있습니다.
(이 글에 첨부된 사진이 그 일환입니다.)

우리는 기세를 몰아 페스트와 필름업 업데이트를 진행했습니다.
2021년이 되어 바뀐 정책에 맞춰 운영 방안을 수정하고 지금의 웹에서 불편한 점 또는 개선되어야 할 점들을 모았습니다.
만들어진지 얼마 되지 않은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갈고닦아야 할 것들이 넘쳐났습니다.
웹은 유형의 산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손이 닿은 곳이 반짝거리는 듯한 느낌은 그저 기분 탓일까요?

페스트는 이름을 변경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페스티벌의 약어 fest.를 그대로 발음한 페스트가 의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흑사병이 떠오른다는 의견이 다수 접수되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필름 페스티벌, 영화제의 정보와 일정을 한데 모은 플랫폼의 이름으로 캘린더가 채택되었습니다.
캘린더는 어쩌면 일정만을 담은 좁은 느낌의 단어일 수도 있겠지만 직관적인 면으로 판단했을 때 서비스의 성격과 가장 맞닿아 있습니다.
정체성을 드러내기에 오히려 효과적일 수 있다는 전망을 기대하며 애자일한 시도를 지속해봅니다.

만들어진 서비스들이 짠! 하고 대박이 나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우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 세상 역시 필요했던 것이기를 바라는 건 너무 큰 꿈일까요.
알려지기 위한 고민을 하고 있다 보니 요행을 바라는 마음이 가슴 한편에 자리 잡곤 합니다.

水滴石穿(수적석천) 
물방울에 돌이 뚫린다. 
물방울이 돌을 뚫는다는 뜻으로, 작은 힘이라도 꾸준히 노력하면 큰 일을 이룰 수 있음을 말함.

제가 좋아하는 사자성어입니다.
딱 지금 시점에 어울리는 문구 아닐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