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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 : 피드백의 중요성 2

전편에 이어…
여러 방향으로 해석할 수 있는 질문이 왔습니다.
이해하기 좋게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이 버튼을 누르면 어떻게 되나요?”

저는 생각합니다.

  1. 버튼을 누르면 버튼의 디자인이 바뀌는지를 묻는 건가?
  2. 버튼에 해당하는 정책이 궁금하다는 건가?
  3. 아니면 버튼을 눌렀을 때 기존 화면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냐는 질문일까?
  4. 그런 거라면 그 버튼이 명시하는 바가 있는데 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물은 걸까?
  5. 기능이 이해가 안 된다는 건가?

묻는 사람이야 자기가 궁금한 게 있고, 그 궁금증을 해결하고자 채택한 질문이니, 스스로에게는 명확하게 들릴진 몰라도,
그게 궁금하게 된 히스토리를 알리 없을 땐 미궁에 빠집니다.
질문자에게 왜 물으시냐 물어볼 수 있겠지만, 질척이는 핑퐁을 각오해야 합니다.

H : 어떤 게 궁금한 건가요?
E : 버튼을 누르면 어떻게 되는지가 궁금합니다.
H : 어떻게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요?
E : 눌렀을 때 화면이 없어서요.
H : 찾아보시면 있을 텐데요.
E : 아~ 그건 봤는데 그 상황 말고 다른 상황일 때요.
H : 특정 상황일 때 버튼을 눌렀을 때 어떤 화면을 보여줘야 하는지가 궁금하신 거예요?
E : 네.

질문에 대한 질문은 언제나 지난합니다.
그리하여 저는 친절한 불통을 택하고 만 것입니다.
이번에도 역시나 질문에서 읽히는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한 답변을 했습니다.
이 버튼의 기능은 무엇인데, 어디가 레퍼런스여서, 여길 참고해서 보면 되고, 이렇게 동작하고, 뭐가 덜 입력되면 디스에이블드하고, 혹시 화면이 없어서 그러시는 거면 시나리오 알려주시면 제가 피그마에 만들어놓고~~~
답변이 장황해지다 보니, 제가 봐도 답변을 이해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것들이 아니라 혹시 다른게 궁금하셨던 거냐 되묻고 말았습니다.
되묻자마자 아차 싶었지만, 피차 서로 답답한 걸 테니, 오늘은 핑퐁을 해보자 생각했습니다.

그랬는데 예상치 못한 답변이 왔습니다.
본인이 질문을 너무 모호하게 했던 것 같다고 이해가 됐다면서요.
그날 점심을 먹으면서도 자기가 너무 바보같이 질문한 것 같다는 말을 하기에 오히려 제가 크게 깨달았습니다.
직원분이 눈치 빠르게 스스로 뭔가 놓치고 있음을 자각했기에 망정이지,
저는 제가 모든 답변을 주는 걸 배려라고 오래도록 착각할 뻔했습니다.
내가 덜 귀찮은 방법을 채택함으로써 직원분들이 생각하고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을 뺐고 있었더라고요.

그 직원의 질문은 점점 다듬어지고 있습니다.
질문을 거의 하지도 않거니와, 당연한 질문을 하면 당연한 질문을 해서 죄송한데 확인차 여쭤본다는 양해도 구할 줄 알게 되었습니다.
질문이 필요한 경우엔, 제가 질문을 파악하지 않아도 되게, 다른 해석의 여지를 소거하여 전달합니다.
소거가 되지 않아 제가 되묻게 되면, 제가 왜 되물었는지를 파악해서 빠르게 소통을 이어갑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건데, 또 당연한 걸 겪어야만 알다니!
내가 하는 게 빠르고 편해서 해주면, 상대는 해주는 걸 받는 것에만 익숙해진다는걸!
잘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완전 빵점짜리였습니다.
이제는 제가 대신 해석해서 답변하기보다는, 왜 물어보냐는 질문을 던지거나, 부차적인 설명을 덧붙이지 않습니다.
비단 문제정의 뿐 아니더라도, 많은 방면에서 의도적 피드백과 기다림이 적절하게 필요하다는 걸 마주하게되는 나날입니다.
전 이게 참 힘드네요.
대표는 처음이라서라는 무색한 변명만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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