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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제작기2 –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1.
꾸준한 작업을 위해 제작되어야 할 콘텐츠는 시리즈물인 동시에 품이 많이 들면 안 된다.
네러티브를 창작으로 가져갈 여력도 없다.
길이도 짧아야 하는데 그렇다면 길지 않은 영상들에 어떻게 연속성을 부여해야 할지?
결국 오마주밖에 없나.

2.
“A classic is always a classic.”
고전이라는 테마를 가져가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
재학 시절 안톤 체호프의 갈매기를 봤던 기억이 났다.
핀 조명 아래 긴 독백을 읊는 배우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다른 연극도 몇 편을 더 봤다.

4.
웃픈 얘기 하나.
이후 배우들의 프로필 영상을 찍는 일을 하면 즐거울 것 같다고 생각했다.
친구 한 명 섭외해서 무작정 학교 스튜디오를 빌렸고 촬영까지 속전속결로 진행했다.
그때는 몰랐지. 편집하고 있는 내 맥의 화면색이 맛이 갔다는 사실을.
영상을 받아본 친구는… 얼굴이 너무 노랗다고 착하게 말해줬다.
알아들었어야 했는데.
몇 년 지나서 우연히 좋은 컴퓨터로 내가 만들었던 영상을 확인하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친구는 정말 착했다…

5.
웃픈 얘기 둘.
4번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의기양양해져서는 사업을 하겠다고 여기저기 알아보기 시작했다.
(누런색의 영상을 확인하기 전)
마침 학교에서 2,000만 원을 주는 창업 지원 사업을 연다는데 이건 나를 위한 기회가 아닌가?
이날은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쫄딱 젖은 생쥐가 돼서 참가 오리엔테이션을 듣는데 재학생은 자격 미달이라는 거다.
안타까웠던지 진행자분께서 참가 선물이었던 컵라면 하나 쥐어주셨던 기억이 난다.

6.
5번은 결국 돌고 돌아 내게 다시 돌아왔다.
시간이 흘러 나는 졸업생이 되었고 더 이상 누런색의 영상도 만들지 않는다.
올해도 어김없이 모교에서 2,000만 원을 주는 창업 지원 사업을 열었고,
이 모든 과정에 관한 콘텐츠 기획안을 제출했다.

끝.
지원 사업을 따냈고 콘텐츠 제작 지원금을 확보했다.(감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