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거리는 커서를 바라보며 제 차례로 돌아온 수요 연재에 어떤 글을 쓰면 좋을지 한참 고민했습니다.
가열차게 달려온 지난날들을 떠올려도 기억나는 게 없기 때문입니다.
이렇게까지 솔직해도 되는진 잘 모르겠습니다. 하하😂
마감을 맞추려 필사적으로 스케줄 관리를 하지만 당연히 벌어지는 예외의 경우들이 우리의 계획을 방해했습니다.
이런 사이클이 무한으로 반복되니 가속이 붙어 시간은 언제나 속절없이 흘러버리고 말았습니다.
아마 저희가 제일 많이 한 말은 ‘벌써 다섯시야?’일겁니다.
정신을 차리면 하루가 다 가버리곤 했으니까요.
무릇 신생회사라면 당연한 일이지 않겠냐마는 그러는 동안 무의식 속에 불안감이 자리 잡았나 봅니다.
우리가 유일하게 느끼는 건 빨리 흘러버리는 시간뿐이고,
당장 눈앞에 있는 일을 급하게 해치우다 보면,
성취감을 느낄 새도 없이 하지 못한 일들만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러니까 결국 시간은 가는데 못하는 것만 산더미인 상태인 거죠.
🚨비상🚨
분명 건강한 상태가 아닙니다.
과감하게 멈추고 무엇을 해내왔는지 그리고 해내야 하는지 직시할 때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멈췄습니다.
우리는 둘러앉아 먹을 걸 앞에 두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자사 서비스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도입하면 좋을 기술, 어떤 과제를 연구해보면 좋을지, 요즘 시장 트렌드, 사건 사고들…
열심히 달리느라 굳은 몸이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또 일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말입니다.
잔뜩 주고 있던 힘을 빼니 비로소 상황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생각보다 시간은 얼마 흐르지 않았고 그동안의 성취는 대단했습니다. (갑자기 자랑)
그저 일에 함몰되어 성에 차지 않았던 겁니다.
끝이 없는 것을 끝내려고 하니 체력만 달릴 수밖에요.
조금은 덜 애타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앞만 보고 속도를 내다가도 한 번씩 쉬어주며 방향을 체크하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설령 어딘가 헤매고 있더라도 다시 방향을 잡으면 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