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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적으로 일하기

1-2년 전부터인가 직장인들 사이에서 효율적으로 일하자는 붐이 일었습니다.
단순 작업에 시간을 쏟지 않고, 현명하게 일하는 노하우를 공유하는 글이 많아졌습니다.
업무툴을 홍보할 때도 효율적으로 일하라는 문구를 사용해서 광고를 합니다.
얼핏 보면 너무 당연한 거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덜 일하자는 말이 효율적으로 일하기로 둔갑한듯합니다.

효율적으로 일하는 업무 정신은,
4시간 걸리는 일을 2시간 만에 해내고 2시간을 쉬는 게 아니라,
4시간 걸리는 일을 2시간 만에 해낼 수 있으니 4시간 동안 8시간 일한 임팩트를 내자는 것입니다.
하다못해 1.5배라도.
아이러니하게도 효율적으로 일한다는 건 더 일한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누구 좋으라고 내가 더 일하냐?
회사 좋으라고?
약간 자의식 과잉입니다.
4시간 동안 8시간 일한 퍼포먼스를 낸다고 당장 회사에 좋은 일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본인의 한계를 뛰어넘는 경험을 한 거라,
본인의 역량을 키우는 것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일 것입니다.
물론 몇 년이 쌓이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그러면 본인이 받는 대우도 그만큼 상승할 것입니다.

과거를 돌이켜봤습니다.
당시 업무 중 굿즈 재고 관리 및 판매도 있었는데,
워낙 다양한 종류와 사이즈가 있고 신상품에 재주문이 쌓여 재고 창고가 처참했었습니다.
모두가 기억에 의존해서 제품을 찾아 헤맸습니다.
나는 할 일을 끝내고 남는 시간에 창고에 들어가 야금야금 정리했습니다.
효율적으로 (덜) 일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처음엔 보기 좋게만 정리했습니다.
그랬더니 다시 어질러지기 일쑤였습니다.

나중엔 이게 단순히 정리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
입출고와 동선을 고려해서 구조적으로 정리를 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고,
그러느라 안정화까지 몇 주가 걸렸습니다.
세팅이 완료된 후에는 구역 사이즈에 맞춰 렉을 주문해서 y축으로도 쌓을 수 있게 했고,
공간이 남아 구석 쪽에 컴퓨터 책상을 한대 놓고 바로 일할 수 있는 환경까지 갖출 수 있었습니다.

이후에는 수기로 관리하고 있던 재고 장부를 엑셀에 옮겼습니다.
맨날 남은 재고를 새러 창고에 들어가는 것도 귀찮았고,
눈대중으로 모자란 재고를 찾아 구매 요청을 넣는 것도 애매했기 때문입니다.
이것도 효율적으로 (덜) 일하고 싶어서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단순히 굳이 허드렛일을 자처했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업무 자체만 놓고 보면 단순 작업이긴 하니까요.
게다가 결과적으로 훨씬 더 많이 일하게 되었고 이게 맞나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정리를 제대로 하고 난 후로, 아무도 뭐가 어디에 있는지, 몇 개가 남았는지 묻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다시 누구 좋으라고 더 일하냐는 질문으로 돌아와보면,
첫 번째로 본인에게 좋습니다.
역량을 키울 수 있습니다.
성장은 한계로부터 옵니다.
건강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무리를 해야만 성장할 수 있습니다.
겨우 창고 정리를 했을 뿐인데 상품 판매 전반의 구조를 경험할 수 있었고
덕분에 나중엔 회사가 관리하고 있던 매장 하나를 통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로 동료에게 좋습니다.
내가 업무 효율을 위해 일을 더 하면, 동료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니까 효율적으로 일한다는 건 내가 덜 일하는 게 아니라 공동체를 위하는 일인 것입니다.
오버해서 말하면 담보된 희생이라고 해야 할까요.

어디에선 덜 일하는 노하우를 전수해 주고 있고,
누구는 요령 피우는 동료 때문에 힘들다고 하소연을 하고,
대체 효율적으로 일하는 건 뭘까 생각해 보다가 이런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어쩌면 효율의 방향이 바깥으로 향할 때만 유효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내 업무가 수월하면 분명 어떤 누군가가 내가 효율을 낼 수 있게 더 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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