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라이브러리에 이어서 쓸모 없는 일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다음 직장은 영상회사였습니다.
열심히 일한 덕분에 프로젝트 하나를 통으로 맡는 직책까지 금방 진급할 수 있었습니다.
프로젝트 하나를 통으로 맡는다는 건,
클라이언트 오더를 직접 확인 할 수 있고,
요청 중에서 해낼것과 제외할것을 직접 선별할 수 있게 된다는 뜻입니다.
다양한 클라이언트들과 요청사항을 조율하는 과정은 정말 지난한 일이었습니다.
분명 마음 따뜻한 일들도 많았었지만, 모멸감을 느낄 일도 있었고, 몰상식한 일도 자주 발생했습니다.
여하튼 오늘 이야기 할 쓸모 없는(있는) 일은 많고 많았던 일중에 절대 잊혀지지 않는 요청사항에 대한 일입니다.
평범한 강의 영상이었습니다.
강사가 준비해온 내용을 판서와 함께 설명하는 일반적인 포맷이었습니다.
조금 다른점은 그걸 무대위에서 진행했고 카메라 여러대로 촬영을 했습니다.
EBS 강의 영상인데 카메라 앵글이 다양했다 정도로 상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여러 요청사항중에 “통통 튀는 자막 사용”이 있었습니다.
당시 제가 이해한 바로는 자막이 딱딱한 고딕체가 아니었으면 좋겠다였습니다.
아무래도 내용이 너무 전문적이다보니 폰트마저 딱딱해버리면 영상의 분위기가 답답해질것을 우려한 줄 알았습니다.
강의라는 본분을 해치지 않을 정도의 캐주얼한 폰트를 선별해서 사용했습니다.
그랬는데 돌아온 피드백은 “자막이 왜 통통 튀지 않나요?”였습니다.
자막을 물리적으로 통통 튀도록 하라는 말이었던겁니다.
EBS강의 영상에 달린 자막이 통통 튄다고 생각해보세요.
강사는 전문용어를 남발하고 있지 자막은 아래서 통통 튀고 있지 결국 통통 튀는 자막은 없어질 게 불보듯 훤했습니다.
그리고 통통 튄다도 말이 통통 튄다지 너무 많은 튐이 존재합니다.
위아래로 튕기는건지, 랜덤하게 튕기는건지, Z축으로 튄다는건지..
어떻게 튀게 하냐고 물어봤더니 자연스럽게 튀게 해달라고 하셨습니다.
ㅎㅎ
이런 이유들로 이런 타입의 영상에서는 자막이 튀면 시각적으로 주의력이 분산되어 영상의 기획의도가 전달되기 어려울 것이라 말씀드렸습니다.
…없어질 게 뻔한 일이어도, 하고 말해야 한다는 걸 이때 배웠습니다.
클라이언트는 저의 능력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습니다.
더이상 설득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온갖 튕기는 모션을 적용해서 보여드렸지만,
이미 마음이 상해버린 클라이언트는 모든걸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습니다.
본인의 말을 제가 의도적으로 안들어준다고 생각하시는듯 했습니다.
어떻게 그걸 알 수 있었냐고요?
급기야 사무실로 찾아오셨기 때문입니다.
저는 클라이언트를 옆에 앉혀놓고 해달라는 모든 걸 했습니다.
이미 보낸 영상에 포함된, 튕기는 자막들이었지만, 그걸 직접 보는 앞에서 시연했습니다.
앞으로 튕겨봐라, 위로 튕겨봐라, 속도를 늦춰봐라, 랜덤하게 튕겨봐라.
여러번의 시도 끝에 허무하게도 “통통 튀는 자막은 없이 가죠.”라고 하셨습니다.
분명 불보듯 훤한 일이었는데 불이 활활 타는동안 저도 활활 타버렸습니다.
안되는 이유를 말로만 납득시키려하지말고 다 해놓고 선택하라고 할 걸.
겨우 자막 하나 통통 튕기는 것에 몇날 몇일을 소요한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큰 걸 깨달았습니다.
일이란 건 쓸모를 못 알아채든 진짜 쓸모가 없든 크게 상관이 없다는 걸요.
안하는 방향으로 해결할 수 있는 건 거의 현실적으로 없습니다.
안해도 되는건 나의 해석이지 요청한 사람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오히려 어떻게 현명하게(품을 덜들이고)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합니다.
그러니까 세상에 쓸모 없는(있는)일은 딱히 없다는 게 지금까지의 결론입니다.
아직까지도 이 생각은 변함없어요.
생각이 바뀌는 일이 생기면 그때 ‘쓸모 있는(없는) 일은 딱히 없다’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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