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프레시 데이 – 보드게임

스타트업에서는 정말 다양한 호흡의 프로젝트들이 진행됩니다.
어떤 일은 스프린트가 필요하기도 하고 어떤 일은 마라톤이기도 합니다.
요즘 LAH에서 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하반기까지 내다보고 있는 일이어서 완벽히 마라톤에 가깝습니다.
이런 업무일수록 숨을 돌릴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워크샵을 다녀온 후, 한 달 반 정도 달려오다, 리프레시 데이를 갖기로 했습니다.

워크샵에서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LAH의 구성원 모두 추리를 좋아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우리에게 딱 맞는 게임이 있습니다.
협동 추리 보드게임!
서울로 돌아가서 한 달 동안 열심히 일하고, 리프레시 데이를 정해, 일 대신 보드게임을 하기로 했습니다.
당시 일정을 정할 때만 해도 일정을 너무 멀리 잡았나 걱정했는데,
현생이 바빴는지 리프레시 데이가 금세 다가왔습니다.

추리 게임인 만큼 진심을 다해 임하기로 했습니다.
각자 착장도 정했습니다.
코난, FBI, 경찰, 형사에 맞게 옷도 맞춰 입었습니다.
조이의 깜짝 선물도 있었습니다.
무려 명찰을 만들어왔습니다.
전부터 너-무 말하고 싶었는데 꾹 참았다면서 모두를 놀래켜 주었습니다.
덕분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선정한 게임은 디텍티브: 모던 크라임 보드게임입니다.
보드게임이라 하면 주로 루미큐브, 할리갈리 등을 떠올리시겠지만 디텍티브는 조금 더 다차원적입니다.
제목대로 형사가 되어 사건을 풀어야 합니다.
목격자, 용의자, 피해자, 수사관 등 등장인물의 진술들이 적힌 카드들이 제공됩니다.
가짜 증거와 진짜 증거를 구분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거기서 알게 되는 정보, 단서를 찾아 제한 시간 내에 사건의 서사를 완성하는 게임입니다.
벌써 흥미진진하죠?

총 다섯 개의 사건이 준비되어 있었는데요.
8시간 동안 두 개의 사건을 완료했습니다.
첫 번째 사건인 ‘금시계를 가진 남자’는 만점으로 해결했고,
두 번째 사건인 ‘선량한 군인’은 한 문제에서 너무 머리를 굴리는 바람에 아쉽게 만점을 놓쳤습니다.
생각보다 집중력을 많이 요하는 게임이라 마지막 즈음엔 녹초가 되어버렸습니다.
입고 왔던 옷도 다 벗어던지고, 얼굴은 푸석푸석해지고, 눈은 퀭하게 풀리고, 진짜 야근하는 형사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리프레시가 된 게 맞겠죠..ㅎㅎ

거의 2년 만에 가진 리프레시 데이는 성공적이었습니다.
사이도 가까워지고 돈독해졌습니다.
리프레시 데이를 가져야 하는 이유를 몸소 느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니 워크샵까지 생각이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워크샵을 가지 않았더라면,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었을까요?
계속 일만 했다면, 서로 추리를 좋아하는지 알 수 있었을까요?
이렇게 한숨 돌릴 시간을 기약할 수 있었을까요?

분명 머리로는 휴식이 동력이 된다는 걸 알면서도,
막상 일에 몰입하기 시작하면 휴식이 일의 흐름을 끊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물론 흐름이 끊기긴 합니다만 그렇다고 휴식을 피하면 안 됩니다.
대신 업무와 휴식의 전환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일입니다.
그렇지 않았다간 이렇다 할 기억 없이 긴 시간이 흐를지도 모릅니다.
업무 기간이 너무 길어지지 않게 다음 리프레시 데이를 잡아야겠습니다.

혹시 리프레시 데이에 할 활동을 고민하고 계시는 스타트업 대표님들이 계시다면 협동 보드게임을 추천합니다.
사고력과 창의성 그리고 팀워크까지 기를 수 있습니다.
성취감은 덤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재미가 있습니다.
아직 풀지 못한 세 개의 사건이 아른거리네요.
다음 리프레시 데이가 기다려집니다.
그때까지 열심히 달리다가 다시 형사가 되어 돌아오겠습니다.
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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