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가 없는 일이란 게 있을까요?
당연히 있을 것만 같습니다.
아니 많은 것 같아요.
누구나 그렇겠지만 저는 쓸모 있는 일만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
일상생활에서 쓸모없는 일을 굳이 하지 않습니다.
쓸모가 없는 일을 한다면 그건 주로 회사에서였습니다.
아직도 기억나는 일화가 몇 개 있습니다.
하나는 제 첫 직장에서였습니다.
당시 업무 중 하나는 후원회 회원분들에게 유선 연락을 돌리는 일이었습니다.
연락이 잘 닿지 않는 분들이 주로 저에게 배정되었습니다.
연락을 잘 받는 분들 리스트를 나눠 통화하는 게 효율적일 것 같아 팀장님께 제안했습니다.
전화를 받지 않는 분에게 전화를 하는 건 의미가 없지 않냐,
우선순위가 높은 분들에게 빠르게 연락을 드리고 나머지를 처리하면 어떻겠냐고요.
돌아오는 말은 충격적이었습니다.
풉 하고 웃으시더니 ‘건방지게~’라고 하셨습니다.
‘일하기 싫어? 달달한 커피 마시고 당충전해서 일해’라며 카페에 데려가셨습니다.
일을 잘해보려 했던 건데 왜 이게 건방진 거고 일을 하기 싫은 걸로 비친 건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이해가 가지 않으면 스스로 답을 찾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도 모를 정도로 어렸을 때라 2절까지 하고 말았습니다.
커피를 기다리는 중에 ‘전화를 받지 않는 사람에게 전화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라고 또 물었습니다.
팀장님은 더 크게 웃으시더니 ‘말하면 알아?’라고 하셨습니다.
알려주시지도 않고 왜 그렇게 말씀하시나 싶었습니다.
어려서 무시하는 건 줄 알았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후임이 들어왔습니다.
업무분장을 하는데 수많은 쓸모에 대한 질문이 들어왔습니다.
드디어 기회가 왔구나.
나는 친절하게 설명하겠어!
업무의 의미를 물어올 때마다 설명을 거듭했습니다.
그렇지만 이야기는 돌고 돌아 ‘그래서 왜 해야 하는데요?’라는 질문으로 돌아오기 일쑤였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이해의 영역 밖에 있는 이야기를 이해시킬 방법은 없다는 것을요.
전화를 받지 않는 사람에게 전화를 하는 자체가 업무의 의미인 건데,
이게 무슨 의미냐고 묻는 사람에게 일단 해봐라고 하는 것만큼 좋은 대답은 없었던 것입니다.
일을 해야 업무적 시야가 넓어지고 비로소 알게 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절대적인 시간이 꼭 필요합니다.
그리고 일하기 싫냐는 되물음도 이해가 갔습니다.
하고 나서 현타가 와서 질문한 것도 아니고
업무의 유효성을 보장해야만 일하고 싶다고 말한 셈이 된 거니까요.
일을 하기 싫어 버티는 태도로 느껴졌겠구나 싶었습니다.
건방졌더라고요.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게 이래서 아닐까요?
쓸모를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체득한 후에는 일하는 것에 재미를 붙였습니다.
웬만한 건 다 쓸모가 있더군요.
물론 하지 않았어도 될 일도 있었지만 그것 역시 했기 때문에 알 수 있었던 거 아니겠어요.
말도 안 되는 업무가 아니면 일단 하고 봤습니다.
연차가 쌓이고 업무 노하우도 제법 생기고 난 후에는 진짜 쓸모없다고 판단되는 업무를 오해 없이 종료시키는 방법도 터득했습니다.
어느 수준까지는 무탈했지요.
그러던 중 저는 또 다른 터닝포인트를 만나게 됩니다.
이건 다음 직장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어떤 쓸모 없는 일들은 안 하면 더 쓸모 없는 일로 돌아온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말장난 같지만 그렇더라고요.
이 이야기는 3주 뒤에 가지고 돌아오겠습니다.
많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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