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에 이어…
여러 방향으로 해석할 수 있는 질문이 왔습니다.
이해하기 좋게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이 버튼을 누르면 어떻게 되나요?”
저는 생각합니다.
- 버튼을 누르면 버튼의 디자인이 바뀌는지를 묻는 건가?
- 버튼에 해당하는 정책이 궁금하다는 건가?
- 아니면 버튼을 눌렀을 때 기존 화면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냐는 질문일까?
- 그런 거라면 그 버튼이 명시하는 바가 있는데 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물은 걸까?
- 기능이 이해가 안 된다는 건가?
묻는 사람이야 자기가 궁금한 게 있고, 그 궁금증을 해결하고자 채택한 질문이니, 스스로에게는 명확하게 들릴진 몰라도,
그게 궁금하게 된 히스토리를 알리 없을 땐 미궁에 빠집니다.
질문자에게 왜 물으시냐 물어볼 수 있겠지만, 질척이는 핑퐁을 각오해야 합니다.
H : 어떤 게 궁금한 건가요?
E : 버튼을 누르면 어떻게 되는지가 궁금합니다.
H : 어떻게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요?
E : 눌렀을 때 화면이 없어서요.
H : 찾아보시면 있을 텐데요.
E : 아~ 그건 봤는데 그 상황 말고 다른 상황일 때요.
H : 특정 상황일 때 버튼을 눌렀을 때 어떤 화면을 보여줘야 하는지가 궁금하신 거예요?
E : 네.
질문에 대한 질문은 언제나 지난합니다.
그리하여 저는 친절한 불통을 택하고 만 것입니다.
이번에도 역시나 질문에서 읽히는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한 답변을 했습니다.
이 버튼의 기능은 무엇인데, 어디가 레퍼런스여서, 여길 참고해서 보면 되고, 이렇게 동작하고, 뭐가 덜 입력되면 디스에이블드하고, 혹시 화면이 없어서 그러시는 거면 시나리오 알려주시면 제가 피그마에 만들어놓고~~~
답변이 장황해지다 보니, 제가 봐도 답변을 이해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것들이 아니라 혹시 다른게 궁금하셨던 거냐 되묻고 말았습니다.
되묻자마자 아차 싶었지만, 피차 서로 답답한 걸 테니, 오늘은 핑퐁을 해보자 생각했습니다.
그랬는데 예상치 못한 답변이 왔습니다.
본인이 질문을 너무 모호하게 했던 것 같다고 이해가 됐다면서요.
그날 점심을 먹으면서도 자기가 너무 바보같이 질문한 것 같다는 말을 하기에 오히려 제가 크게 깨달았습니다.
직원분이 눈치 빠르게 스스로 뭔가 놓치고 있음을 자각했기에 망정이지,
저는 제가 모든 답변을 주는 걸 배려라고 오래도록 착각할 뻔했습니다.
내가 덜 귀찮은 방법을 채택함으로써 직원분들이 생각하고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을 뺐고 있었더라고요.
그 직원의 질문은 점점 다듬어지고 있습니다.
질문을 거의 하지도 않거니와, 당연한 질문을 하면 당연한 질문을 해서 죄송한데 확인차 여쭤본다는 양해도 구할 줄 알게 되었습니다.
질문이 필요한 경우엔, 제가 질문을 파악하지 않아도 되게, 다른 해석의 여지를 소거하여 전달합니다.
소거가 되지 않아 제가 되묻게 되면, 제가 왜 되물었는지를 파악해서 빠르게 소통을 이어갑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건데, 또 당연한 걸 겪어야만 알다니!
내가 하는 게 빠르고 편해서 해주면, 상대는 해주는 걸 받는 것에만 익숙해진다는걸!
잘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완전 빵점짜리였습니다.
이제는 제가 대신 해석해서 답변하기보다는, 왜 물어보냐는 질문을 던지거나, 부차적인 설명을 덧붙이지 않습니다.
비단 문제정의 뿐 아니더라도, 많은 방면에서 의도적 피드백과 기다림이 적절하게 필요하다는 걸 마주하게되는 나날입니다.
전 이게 참 힘드네요.
대표는 처음이라서라는 무색한 변명만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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